상속받은 땅의 가격을 세무서가 감정평가로 산정했지만, 법원은 이를 상속 당시의 땅값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 상속세도 모두 취소되는 걸까. 대법원은 세무서의 감정가액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상속 당시의 땅값이 확인됐다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실제 내야 할 상속세를 계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월 13일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24두55396)에서 납세자와 세무서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두 감정평가법인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회신한 감정가액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계산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취소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 세무서가 감정평가한 땅값, 왜 인정받지 못했나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먼저 물려받은 재산의 가격을 알아야 한다. 땅을 상속받았다면 상속이 발생한 당시 그 땅의 가치가 얼마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속 당시를 전후한 일정 기간에 매매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법에서 정한 평가방법을 이용하거나 감정평가를 통해 재산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세무서는 상속받은 토지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적용된 법령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일반적인 평가기간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이다.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세무서가 평가기간이 지난 뒤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을 의뢰해 산정한 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납세자는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상황에서 세무서가 과세를 목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한 상속세를 결정하기 위해 세무서가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해당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감정평가 역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땅값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화가 없었는지였다. 상속이 발생한 뒤 주변 개발이 진행되거나 토지의 이용 조건이 달라졌다면 나중에 실시한 감정평가가 상속 당시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속개시일부터 감정평가의 가격산정 기준일을 거쳐 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세무서가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 기준일까지 그러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했다. 이에 원심은 세무서가 의뢰한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땅값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 세무서 평가액은 인정 안 됐지만…상속세는 일부 유지 그렇다면 세무서가 적용한 감정가액을 인정할 수 없을 때 상속세 부과처분 전체를 취소해야 할까. 이번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확인된 감정가액을 토대로 상속세를 다시 계산했다. 세무서의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신뢰할 만한 시가가 확인된다면 이를 기준으로 납세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을 산출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원심은 두 감정평가법인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회신한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토지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한다고 봤다. 이에 두 금액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계산했다. 그 결과 세무서가 부과한 세금 중 정당한 세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취소했다. ◇ 사후 감정평가 가능하지만 상속 당시 땅값 입증해야 이번 판결은 세무서가 상속재산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사후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다만 평가기간이 지난 뒤 실시한 감정평가의 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사용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상속이 발생한 날부터 감정평가서가 작성된 날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세무서가 입증해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는 토지의 분할이나 합병, 건물의 신축·철거, 용도지역 변경, 주변 지역의 변화와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세무서가 나중에 산정한 감정가액이라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세무서의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다른 신뢰할 만한 시가가 확인된다면 상속세 일부는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는 2020년 12월 22일 개정 전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2020년 2월 11일 개정 전 시행령이 적용됐다. 따라서 실제 상속세 신고나 분쟁에서는 상속이 발생한 시점의 법령과 평가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참고 : 대법원-2024-두-55396]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차량에 보관 중이던 뇌물수수 금품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각될 것을 우려해 차량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행위는 자기 자신에 대한 증거은닉으로 볼 여지가 있어 증거은닉교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익산시청 회계과장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고 1,265만여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2026년 9월 3일 확정했다(2026도6794). 사실관계를 보면 익산시청에서 수의계약 등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021~2024년 사이 B조합 이사장과 이사로부터 관내 사업 수의계약 수주 청탁을 받으면서 9차례에 걸친 66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와 6차례에 걸친 99만원 상당의 골프비용 등을 제공받은 혐의가 있다. 또한 A씨는 한 회사의 대표로부터 수의계약 청탁을 받으면서 총 8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 그는 또다른 주식회사 대표이사로부터도 수의계약 청탁을 받으며 총 300만원의 현금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지난해 6월 한 기자로부터 '광고 실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한 업체 대표인 C씨에게 광고를 게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이 무렵 C씨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 A씨가 조합 관계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피의사실과 관련해 익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자신의 승용차가 수색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차량에 보관된 9천140만원의 현금과 합계 853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승용차를 빼돌려 현금 등을 은닉하기로 하고, 부하 직원을 통해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하여 차량을 빼게끔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2월 A씨의 일부 뇌물수수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1천265여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다만 C씨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A씨가 C씨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한 점에 대해 "피고인이 영득의 의사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반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증거은닉교사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은닉교사행위를 했으나 피고인과 부하 직원의 진술, CC-TV 영상 확인 등을 통해 차량과 차량에 보관 중이던 물건을 옮긴 사정이 당시 현장에서 바로 드러났다"며 "게다가 차량에 보관 중이었던 물건들은 압수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 결과 차량 안에 있던 물건들에 대해 뇌물죄 관련 공소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증거은닉교사 행위가 형사사법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기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한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인멸교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가압류 결정을 받은 채권의 경우 채무자와 상대방이 채권 계약을 합의로 해제해도 가압류를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놨다. 합리적인 이유로 계약을 해제했다면 채권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본 기존 ‘합의해제 법리’를 25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026년 9월 29일 A 회사의 채권자 C 씨(원고)가 사업 양수인 B 회사(피고)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C 씨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관여 대법관 11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다275578). 사실관계를 보면 A 회사(채무자)는 시행 중이던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B 회사(피고·제3채무자)에게 8억5,000만 원에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A 회사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던 C 씨(원고·채권자)는 A 회사가 B 회사에게서 받을 사업 대금 중 3억5,000만 원을 가압류했다. 이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았다. 추심명령에 따라 C 씨는 B 회사에 직접 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C 씨가 B 회사에 양도대금 지급을 청구하자 B 회사는 “가압류 이후 A 회사와 사업 양수계약을 합의해제해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B 회사와 A회사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양도대금 채권을 없앨 목적으로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C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가압류 후에도 계약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계약을 합의해제했다면, B 회사는 그에 따른 채권 소멸을 C 씨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채권압류·가압류 이후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계약을 합의해제하거나 합의해지했다면, 제3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에게 대금채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정해제나 약정해제 등 계약을 소멸시킬 별도 사유의 요건을 갖추고 합의해제 형식만 취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면서 합의해제 법리는 A 회사와 B 회사의 사후적 합의로 인해 C 씨 등 채권자들이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신뢰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또 압류 제도의 취지, 압류와 합의해제의 시간적 선후관계, 위험을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고려하면 합의해제로 생긴 위험은 C 씨와 A회사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A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C 씨와 B 회사 사이에서도 합의해제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합의해제에 참여한 B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채권압류 후 합의해제의 대항력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전환함으로써, 압류재산의 현금화를 통한 채권 만족이라는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 및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보다 우선해 보호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회사가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더라도 구체적인 일정과 비율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후 해당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수는 미공개 정보 이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026년 9월 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억 원을 선고하고, 6억1,848만여 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26도5292). 함께 기소된 전 에코프로비엠 사업기획 담당 상무는 “공급계약 관련 정보를 주식 매수 당시 취득·이용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다. 사실관계를 보면 A 전 대표는 2021년 에코프로HN의 무상증자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여 약 1억3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BM의 공시되지 않은 3분기 잠정 매출액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해 약5억4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있다. 쟁점은 '무상증자 진행을 검토 중에 있다'는 공시가 미공개 중요정보의 공개에 해당하는지, 정보 생성 시점 및 매출액 정보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 등이었다. A 전 대표는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는 공시가 이미 이뤄진 만큼 관련 정보가 이미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은 “공시 내용만으론 무상증자와 관련한 정보가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무상증자의 구체적인 시기나 무상증자 비율이 확정되기 전이었다는 취지다. 다만 윤 전 대표가 모회사 에코프로의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매출액 등 실적이 공시되기 전 이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4000여만 원을 얻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 판단했다. 이에 윤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억 원, 추징금 6억1848만여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역시 “향후 무상증자를 검토 중에 있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변경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며 구체적 시기나 무상증자 비율도 알 수 없다”며 윤 전 대표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외에서 주문한 골프용품이 국내 소비자에게 직배송됐다. 수입 통관도 소비자 명의로 이뤄졌다. 하지만 세관은 물건을 받은 소비자가 아닌, 국내 온라인몰 판매자(구매대행업자)에게 관세를 부과했다. 판매자는 구매만 대신했을 뿐 물건을 직접 받은 적이 없어 소유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조세심판원은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매자 A씨는 2018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국 등 해외 공급처에서 골프채 등을 들여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국내 온라인몰에서 판매했다. A씨는 정식 수입신고 대상인 물품의 가격을 낮춰 적는 수법으로 ‘목록통관’ 제도를 활용했다. 목록통관은 일정 요건을 갖춘 소액 자가사용 물품(원칙적으로 미화 150달러 이하, 한미 FTA 특례 대상 특송물품은 200달러 이하)에 대해 정식 수입신고 대신 통관목록을 제출해 통관하는 제도다. A씨에 대한 밀수입 유죄 판결은 2025년 10월 확정됐다. 이어 세관은 2026년 1월 A씨에게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수입신고 없이 반입된 물품의 ‘수입 당시 실제 소유자’를 A씨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관세법상 수입신고 없이 반입된 물품은 그 소유자 또는 점유자가 납세 의무를 진다. ① 단순 구매 대행 아닌 ‘2단계 거래’ A씨는 소비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와 주소로 통관과 배송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건을 인도받아야 소유권을 취득하는데, 자신은 직접 인도받은 적이 없으니 소유자가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심판원은 거래의 실질에 주목했다. A씨는 여러 해외 업체의 공급가를 비교해 거래처를 선택했고, 가격을 낮춰달라고 협상했으며, 국내 소비자 판매가 역시 직접 결정했다. 심판원은 이를 단순한 구매 대행이 아니라, 해외 공급처가 A씨에게 파는 거래와 A씨가 국내 소비자에게 되파는 ‘2단계 거래’로 봤다. 물건은 해외에서 소비자에게 직배송됐더라도, 거래 자체는 A씨를 거쳐 두 차례 이뤄졌다는 의미다. 심판원은 이 구조에 비춰 소비자에게 물건이 인도되기 전까지의 실질적 소유자는 A씨라고 판단했다. ② 반품 떠안고 통관 비용까지 직접 관리 세관이 제시한 대금 흐름과 반품 처리 방식 역시 과세 논리를 뒷받침했다. A씨는 온라인몰에서 정산받은 금액에서 해외 물품 대금과 운송비를 뺀 차액을 수익으로 가져갔다. 반품이나 오발주 물량은 해외로 돌려보내지 않고 국내 창고나 사무실에 자신의 재고로 보관하며 재판매하거나 중고로 처분했다. 배송 지연에 따른 고객 불만이 발생하면 자기 비용으로 골프 가방이나 장갑을 제공하기도 했다. 세관은 A씨가 거래 이익뿐 아니라 재고와 고객 대응 부담까지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저가 신고는 해외 공급처가 한 일이며, 공급가에 세금이 포함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관은 A씨의 PC와 휴대전화에서 실제 주문 금액을 낮춰 수정하고 ‘관부가세 포함’ 문구를 지운 이미지 파일을 확보했다며 이를 반박했다. 또한 세관에 적발돼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이 되자 A씨 측이 소비자 명의로 관세를 납부하거나, 해외 공급처가 먼저 낸 관세를 나중에 송금한 내역도 제시됐다. 주문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통관 비용 전반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③ 연대납세 아닌 ‘실제 소유자’로서의 납세 의무 A씨는 과거 다른 구매대행 사건에서 과세가 취소된 심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구매대행업자에게 소비자와 세금을 함께 내도록 하는 ‘연대납세의무’는 수입신고된 물품을 전제로 하므로, 목록통관 물품에는 해당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심판원도 목록통관 물품에 해당 구매대행업자 연대납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처분의 과세 근거는 달랐다. 세관이 적용한 것은 수입신고 없이 반입된 물품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는 관세법 제19조 제1항 제12호였다. 소비자의 세금을 같이 내라는 것이 아니라, 수입 당시 물품의 실제 소유자가 A씨였으므로 세금을 직접 내라는 의미다. 심판원은 물품이 수입될 당시 아직 소비자에게 인도되지 않았고, 실질적 소유자는 A씨였다고 봤다. A씨가 해당 물품의 밀수입으로 처벌받은 점을 함께 고려해 청구를 기각했다. 통관 명의나 배송지가 아니라, 공급처 선정과 가격 결정 등으로 확인된 2단계 거래의 실질에 따라 A씨를 납세의무자로 인정한 것이다. [참고 심판례: 2026관0031]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법재판소가 '과거에 호주가 아닌 기혼 장남이 자녀나 손자녀 없이 숨졌을 때, 아내가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도록 정한 옛 관습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2026년 9월 17일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전 민법 시행 전의 관습법 중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6(합헌)대 3(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2헌바120). 재판관 3명은 해당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은 1919년 사망한 사람의 재산상속에 적용되는 옛 관습법에 관한 판단이다. 해당 관습법은 민법 제정·시행으로 이미 폐지됐다. 사건은 1919년 5월 사망한 A씨의 재산상속 문제에서 비롯했다. A씨는 사망 당시 기혼자였으나 자녀를 두지 않았고, 부친도 이미 3년여 전 세상을 떠나 장남 A씨의 조부가 호주 지위에 있었다. 당시 일제가 작성한 땅문서의 일종인 임야조사부에는 경기도 아동면 소재 임야 주인이 장남 A씨로 기재돼 있었다. 현재 경기 파주시에 있는 3707㎡ 넓이 땅이다. 이 토지는 해방 이후 1980년대에 토지대장이 만들어지며 주소가 새로 부여됐고, 1983년 국가 소유로 등기됐다. 망 A씨의 동생인 망 B씨의 후손들은 국가가 1983년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이 토지가 원래 A씨의 토지였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토지가 A씨 사망 후 할아버지와 B씨를 거쳐 자신들에게 토지가 상속됐다며 국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했다. 1심은 “당시 관습법에 따라 A씨의 재산은 A씨의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한다”며 후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의 후손들에게 상속을 근거로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할 권원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와 상고도 모두 기각됐다. B씨의 후손들은 상고심에서 해당 관습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각하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전의 쟁점은 법률의 형태로 제정되지 않은 관습법도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는 지, 아내에게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보다 우선해 단독상속을 인정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다"며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헌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당시 상속 관습은 호주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재산을 승계하는 경우와 호주가 아닌 가족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를 구분했다"면서 "호주가 아닌 장남의 재산을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체계에 부합한다"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내는 혼인을 통해 남편과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부양·협력하며 재산을 형성해온 사람으로, 여성의 독립적인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매우 어려웠던 당시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성도 컸다. 이를 고려하면 아내를 직계존속보다 상속순위에서 앞세운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 "부모·조부모에 대한 공경과 부양이 중요한 윤리적 가치라고 해서, 이들에게 배우자보다 우선하거나 적어도 같은 상속순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가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폐지된 관습법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부인하면 이를 전제로 형성된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혀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이유를 설명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금 체납자가 보험 해약금을 자녀 명의 계좌로 옮겼더라도 자녀에게 돈을 넘길 의사가 없었고, 체납자가 해당 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며 돈을 직접 사용했다면 자녀에게 반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녀 명의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증여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예금주 명의신탁이 인정되더라도 실제 자금을 누가 인출해 사용했는지에 따라 원상회복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방법원은 대한민국이 체납자 B씨의 자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쟁점은 B씨가 보험을 해지한 뒤 받은 1927만9500원을 A씨 명의 계좌로 입금한 행위를 증여로 볼 수 있는지와, 증여가 아니라 예금주 명의신탁에 해당한다면 A씨에게 해당 금액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B씨는 주식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의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자신이 과점주주로 있던 회사의 체납세금에 대해서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상태였다. B씨는 2008년 가입한 연금저축손해보험을 2020년 1월 9일 해지했고, 해약환급금 1927만9500원은 B씨 본인이 아닌 자녀 A씨 명의의 수협 계좌로 입금됐다. 당시 B씨는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해당 부동산과 보험 해약금을 합한 재산가액이 국세 체납액에 미치지 못해 채무초과 상태였다. 국가는 B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A씨에게 보험 해약금을 증여함으로써 책임재산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와 A씨 사이의 1927만9500원 증여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A씨가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청구했다. 증여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청구도 제기했다. B씨가 A씨 명의 계좌를 빌려 자신의 돈을 보관한 것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 예금주 명의신탁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하고, 이 역시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국가는 명의신탁을 취소한 뒤 A씨가 해당 계좌의 예금반환채권을 B씨에게 양도하거나, 이미 돈이 사용됐다면 1927만9500원을 대신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먼저 보험 해약금이 자녀 명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B씨가 A씨에게 돈을 증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금전 지급이 증여에 해당하려면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 해당 자금을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최종 귀속시키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계좌 명의자가 자신의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허용했거나 송금인이 해당 계좌를 사실상 사용하도록 용인했다는 사정만으로 증여 의사가 있었다고 쉽게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실명제에 따라 계좌 명의자가 금융회사에 대해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다는 점도 송금인과 계좌 명의자 사이의 내부 관계가 증여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법원은 A씨 명의 계좌가 사실상 B씨에게 맡겨진 차명계좌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거래내역을 보면 A씨 명의 계좌에서는 B씨와 배우자, B씨가 관련된 회사 등을 중심으로 큰 금액의 입출금이 이뤄졌다. 보험 해약금이 입금된 지 엿새 뒤인 2020년 1월 15일에는 이 가운데 1920만원이 B씨의 다른 자녀 명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이체됐다. 이후 1000만원은 다시 A씨 계좌로 돌아왔고 나머지 돈은 B씨의 상조 보험료와 대출이자, 가족들의 보험료와 공과금·신용카드대금 등에 사용됐다. A씨 계좌로 다시 들어온 1000만원 역시 B씨의 벌금 600만원과 통신비, B씨가 관련된 회사의 기업회계 비용과 전기공사 관련 회비·이자 등에 쓰였다. 2024년 12월 말 기준 A씨 계좌에 남은 돈은 12원이었다. 법원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을 근거로 B씨가 A씨 명의 계좌를 실질적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씨와 A씨 사이에는 예금주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명의신탁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A씨가 보험 해약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예금주 명의신탁이 사해행위로 취소될 경우 원칙적으로 명의자가 금융회사에 가진 예금채권을 실제 자금 소유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원상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좌에서 돈이 이미 빠져나가 사용된 경우에는 누가 실제로 돈을 인출·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신탁자가 계좌의 통장과 접근매체 등을 넘겨받아 사실상 지배·관리한 경우라면 신탁자가 예금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 사건에서는 B씨가 A씨 명의 수협 계좌뿐 아니라 다른 자녀 명의 계좌도 실질적으로 사용하면서 보험 해약금을 나눠 보관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자금을 자신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국가는 A씨의 보험료와 등록면허세 등이 해당 계좌에서 빠져나간 점을 들어 A씨 역시 보험 해약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 금액이 전체 보험 해약금에 비해 크지 않은 데다 B씨가 A씨의 보험료를 실제 부담했을 가능성이 있고, 등록면허세 역시 B씨가 A씨 명의를 빌려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하면서 납부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설령 B씨가 A씨 명의 계좌를 이용한 예금주 명의신탁이 사해행위에 해당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보험 해약금을 실제로 인출해 사용한 사람이 B씨인 만큼 A씨에게 1927만95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좌 잔액도 12원에 불과해 A씨가 해당 계좌의 예금채권을 B씨에게 양도하고 금융기관에 양도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 역시 사회통념상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에 법원은 예금주 명의신탁 자체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까지 추가로 판단하지 않고 국가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체납자의 돈이 가족 명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외형만으로 곧바로 증여나 반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돈을 상대방에게 넘길 의사가 있었는지, 누가 계좌를 지배·관리했는지, 입금된 자금을 최종적으로 누가 사용했는지 등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차명계좌를 이용한 예금주 명의신탁이 인정되더라도 계좌 명의자가 당연히 입금액 전액에 대한 반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미 돈이 빠져나간 경우라면 명의자가 아닌 체납자가 해당 자금을 직접 관리·사용했는지가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 범위를 가르는 핵심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B씨가 A씨 명의 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보험 해약금 대부분을 자신의 벌금이나 대출이자, 사업 관련 비용 등에 사용한 구체적인 거래내역을 토대로 내려졌다.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반환 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 판례: 부산지방법원 2024가단36490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이 학교폭력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행위가 일어나게 된 경위나 상황, 심각성 등은 물론, 가해 학생의 인권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9월 3일 초등학생 A 군이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학교폭력 재결 취소 청구 소송(2026두30954)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실관계를 보면 2023년경 초등학교 1학년(만 7세)이던 B 학생은 학교 다목적실에서 같은 반 학생 A 군을 단상(무대) 아래로 밀어 다치게 했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4년 2월경 B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교육지원청 교육장은 B 학생에게 ‘서면사과’ 조치를 했다. B 학생 측은 서면사과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피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서면사과 조치를 취소하는 재결을 했다. 1심은 B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취소했다. B 학생의 행위로 인해 A 학생이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면 무대 높이에서 또래 아동을 밀면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항소심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사건 발생 경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평소 관계, 유형력 행사 당시 상황과 그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교 폭력으로 보게 되면, 처벌이나 선도 필요성이 거의 없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양산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런 2심 판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땐 "그 행위가 학교폭력 정의에 문언상 부합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나 전후 사정, 피해·가해 학생 연령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교육의 필요성 등까지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인지·판단 능력이 크게 변하는 만큼 이런 능력이 어느 발달 단계에 이르렀는지도 선도·교육의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상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에 부합하는 듯한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나 분쟁이 학교폭력에 해당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그 결과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서의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는 등 자칫 가해 학생의 인권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산 합판 표면에 나무무늬 필름을 붙여 만든 ‘광폭 마루판’. 수입업체는 일반 합판이 아닌 바닥재용 제품이라며 이미 낸 덤핑방지관세를 돌려받았다. 그러나 세관은 관계 부처의 해석을 다시 확인한 뒤 환급 결정을 뒤집고 세금을 다시 매겼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수입업체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중국산 마루판을 45차례에 걸쳐 들여왔다. 업체는 해당 물품을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HSK)상 합판인 제4412.31-4019호로 신고하고, 17.48%의 덤핑방지관세를 포함한 관세를 납부했다. 쟁점 물품은 얇게 켠 목재 단판을 섬유 방향이 서로 엇갈리도록 붙인 합판 위에 천연나무 무늬의 고압 적층재(HPL) 필름을 부착한 제품이었다. 필름은 긁힘이나 찍힘에 강하도록 제작됐다. 규격은 두께 7㎜, 너비 1,220㎜, 길이 2,440㎜였다. 수입된 상태 그대로 바닥재로 쓰이거나, 국내에서 절단 등 추가 작업을 거쳐 마루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업체는 2023년 7월 “일반 합판이 아니라 마루판이므로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세관에 경정청구를 냈다. 과거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중국산 합판 가운데 마루판은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내놓은 공문도 근거로 제시했다. 세관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세액을 환급했다. 문제는 그 뒤 불거졌다. 경정청구 당시 제출된 자료와 관계부처의 추가 질의회신을 다시 검토한 결과, 쟁점 물품이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세관과 평택세관은 2025년 10월 업체에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다시 부과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덤핑방지관세는 외국 물품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일반 관세에 더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당시 규정은 HSK 제4412.31호·제4412.33호·제4412.34호에 해당하는 중국산 합판 가운데 두께가 6㎜ 이상인 물품을 부과 대상으로 정했다. 다만 재심사에서는 이 가운데 일정한 규격과 형태를 갖춘 마루판을 조사범위에서 제외했다. 제외 대상은 두께 6㎜ 이상, 너비 220㎜ 이하, 길이 2,000㎜ 이하이면서 측면을 서로 맞물려 끼울 수 있도록 요철 가공한 사각형 물품이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마루판으로 사용됐느냐”가 아니었다. 쟁점 물품이 조사범위에서 빠지는 규격과 가공 요건을 갖췄는지가 관건이었다. 조세심판원의 판단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 마루무늬 필름까지 붙였는데…“일반 합판과 다르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일반 합판과는 다른 별개의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합판은 목재 단판만을 여러 겹 붙여 만들지만, 쟁점 물품에는 마루무늬 HPL 필름이 영구적으로 부착돼 있다는 것이다. 합판에 접착제를 바르고 필름을 붙인 뒤 압착, 건조, 재단, 연마 등의 추가 공정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품질도 달랐다. 업체에 따르면 쟁점 물품은 일반 합판보다 약 두 배 비쌌고, 포름알데히드 방출 기준도 더 엄격한 E0 등급이었다. 일반 합판이 건축 내장재나 가구, 포장재 등 여러 용도로 쓰이는 것과 달리 쟁점 물품은 바닥재용 마루판으로만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업체는 이처럼 구성요소와 제조공정, 가격, 품질, 용도가 모두 다른 만큼 쟁점 물품을 일반 합판과 동일한 덤핑조사 대상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종료재심사에서 조사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마루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제품이 아니라, 너비와 길이, 측면 가공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물품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바닥재로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정해진 제외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는 논리다. ◇ 제외 기준 너비 220㎜…쟁점 물품은 1,220㎜ 세금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규격이었다. 쟁점 물품은 두께가 7㎜로, 중국산 합판의 조사범위인 6㎜ 이상에 해당했다. 반면 조사범위에서 제외되는 마루판은 너비가 220㎜ 이하여야 했지만, 쟁점 물품의 너비는 1,220㎜로 기준의 다섯 배를 넘었다. 길이도 기준을 벗어났다. 제외 대상은 2,000㎜ 이하였지만 쟁점 물품은 2,440㎜에 달했다. 마루판끼리 서로 맞물리도록 측면을 깎은 요철 가공도 돼 있지 않았다. 수입된 뒤 국내에서 잘라 마루판으로 만들거나, 별도 절단 없이 바닥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했다. 조사범위의 제외 여부는 최종 사용처가 아니라 물품 자체의 규격과 가공 상태를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의 판단도 같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11월 쟁점 물품과 동일한 규격의 중국산 광폭 마루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회신했다. ◇ ‘마루판 제외’ 과거 공문…같은 이름, 다른 규격 업체가 가장 강하게 내세운 근거는 과거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의 공문이었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중국산 합판 가운데 ‘마루판’에 해당하는 물품은 덤핑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관세청도 2021년 이 내용을 전국 세관에 공유했다. 업체는 이 공문을 근거로 쟁점 물품 역시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질의 대상이 된 마루판은 쟁점 물품과 규격부터 달랐다. 해당 물품은 두께 10㎜, 너비 196㎜, 길이 910㎜였고 측면에는 요철 가공이 돼 있었다. 너비 220㎜ 이하, 길이 2,000㎜ 이하, 측면 요철 가공이라는 제외 요건을 모두 충족한 물품이었다. 반면 쟁점 물품은 너비 1,220㎜, 길이 2,440㎜인 광폭 판재였고 측면 요철 가공도 없었다. 문제는 업체가 경정청구 당시 제출한 공문에는 질의 대상 물품의 구체적인 규격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문에 ‘마루판’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만 담겨 있다 보니, 업체는 이를 광폭 마루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조세심판원 “마루판 용도만으로 제외 못 해”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쟁점 물품은 HSK 제4412.31-4019호에 분류되는 두께 7㎜의 중국산 합판으로,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했다. 반면 너비와 길이는 마루판 제외 기준을 크게 초과했고 측면 요철 가공도 돼 있지 않았다. 표면에 마루무늬 필름이 붙어 있고 실제로 바닥재로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같은 규격 차이를 뒤집을 수 없었다. 과거 공문의 대상이 된 마루판 역시 쟁점 물품과는 규격과 형태가 달랐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마루판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급했던 세금을 다시 부과한 부산세관과 평택세관의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심판례: 2026관001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법재판소가 '니코틴 농도와 관계없이 용액 부피를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을 매기는 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수입업체가 세금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더라도 납세 의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2026년 9월 17일 담배수입업체인 A사 사건 1심인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니코틴 용액 1㎖당 담배소비세 628원, 개별소비세 370원을 부과하는 관련 법률 조항(옛 '지방세법' 제51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6헌가1·2026헌바70등). 사건 개요를 보면 전자담배 수입업체들은 니코틴이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에서 추출됐다며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수입신고를 했다. 당시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흡연용 제품 등을 담배로 규정했다. 과세관청은 수입한 제품에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들어 있다며 세금을 부과했다. ‘담배소비세 사건’에서는 한 업체에 지방교육세와 가산세를 포함해 167억여 원이 부과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업체가 판매가격에 세금을 반영하지 못했는데도 전액 부담시키는 것이 과도하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개별소비세 사건’의 수입업체들은 니코틴 농도가 다른 원액과 희석액에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담시키지 못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고정된 세율을 적용함으로서 세액의 산정을 명확히 해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조세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한다"며 "담배가격 인상을 통해 유해한 소비를 억제하고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부피를 과세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비자에게 유통, 판매되는 단계에서 고도로 희석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일관된 과세 원칙에 부합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집을 갈아타기 위해 새집을 먼저 사면 한동안 집이 두 채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일시적 2주택’이다. 이럴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기존 집을 팔 때 1세대 1주택으로 인정받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로 산 집에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어 실제로 이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주택을 팔 당시 법에서 요구했던 전입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 임대차계약 때문에 실제 입주하기 어려웠던 사정 등을 고려해 약 7952만원의 가산세는 취소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8월 26일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된 양도소득세 사건(2026-구단-1047)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세무당국이 부과한 2022년 귀속 양도소득세 3억1723만8020원 가운데 가산세 7952만1075원은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 새집 샀는데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사건은 A씨 부부가 집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A씨는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후 배우자가 새로운 주택을 매입했다. 문제는 새집에 이미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우자는 주택을 사면서 기존 집주인과 세입자가 맺은 임대차계약까지 승계했다. 해당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은 2023년 5월이었다. 이후 A씨는 2022년 4월 기존 주택을 11억7500만원에 매도했다. A씨는 새집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것이라고 보고 ‘일시적 2주택’ 특례를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로 신고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일시적 2주택 규정이 아니라 A씨가 기존 집을 팔았던 2022년 당시 규정이다. 당시에는 조정대상지역에 기존 주택을 가진 사람이 조정대상지역의 새 주택을 취득한 경우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것뿐 아니라 새집으로 세대원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쳐야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었다. 새집에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일정 범위에서 기한을 연장해주는 예외가 있었다. 다만 신규주택을 취득한 뒤 갱신한 임대차계약은 인정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A씨가 이 같은 전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비과세 적용을 배제했다. 이에 2025년 가산세를 포함해 3억1723만8020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 배우자는 전입신고했지만…법원 “형식적 전입” A씨는 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집 두 채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집에는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었고 가족의 건강과 자녀 학업 등의 사정도 있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1주택자의 주거 이전 과정으로 봐 비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배우자가 새집으로 전입신고를 한 사실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존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법원은 주택 취득 경위와 임대차계약, 실제 거주 여부 등을 종합해 배우자의 짧은 전입신고가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형식적인 전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 가족이 새집으로 실제 이사했다고 볼 수 없어 당시 법에서 요구했던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 전입요건 곧 폐지됐지만…A씨 거래에는 적용 안 돼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전입요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됐다. 정부는 2022년 5월 31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조정대상지역 내 일시적 2주택에 적용하던 신규주택 전입요건을 없앴다. 다만 개정 규정은 2022년 5월 10일 이후 종전주택을 양도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5월 10일 전에 종전주택을 양도한 경우에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A씨가 기존 주택을 양도한 것은 같은 해 4월이었다. 따라서 개정된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A씨 측은 이후 전입요건이 삭제된 점 등을 들어 바뀐 규정을 자신의 거래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개정 규정을 시행 전 거래에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입요건 삭제 역시 기존 규정의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조세감면 혜택의 범위를 조정하기 위한 입법재량의 행사로 봤다. ◇ 양도세는 남았지만…가산세 7952만원 취소 다만 법원은 가산세에 대해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만큼 양도소득세 자체를 부과한 것은 문제가 없지만, 세금을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은 책임까지 물어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법원은 기존 임대차계약이 A씨 가족의 새집 입주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또 A씨가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당시 새집으로 이사하지 못하면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충분히 알기 어려웠고, 가산세를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법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새집은 경매로 넘어가 2025년 3월 기존 세입자가 낙찰받았고 A씨 가족은 해당 주택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A씨가 이사와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데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가산세 7952만1075원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당초 부과된 3억1723만8020원 가운데 가산세를 제외한 2억3771만6945원의 부과처분은 남게 됐다. 이번 판결은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적용이 부인되더라도 가산세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납세자가 세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는 본세 부과와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2022년 당시 존재했던 전입요건이 적용된 사건으로, 현재 일시적 2주택 비 과세 요건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 : 수원지방법원 2026-구단-104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사기 조직원이 체포 직전 공범에게 자기 휴대전화를 숨기게 하고, 공범 역시 본인의 처벌을 우려해 증거은닉에 나섰다면 이를 시킨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형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을 때 등만 처벌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26년 8월 12일 사기·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증거은닉교사죄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2026도8541). 사실관계를 보면 A씨는 부업 알바 사기 조직의 계좌 모집책이자 전달책으로 활동하던 중 2025년 3월 피해자가 송금한 75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았다. 같은 해 7월 A씨는 라오스에서 귀국하던 중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한다'는 승무원 말을 듣자 체포를 예감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공범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정리 후 어머니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B씨는 A씨 체포 직후 A씨와 나눈 대화를 스스로 지운 후 A씨의 모친에게 연락하고 A씨 외삼촌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B씨는 증거은닉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쟁점은 B씨를 증거은닉죄, A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다.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은닉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1심은 A씨의 사기,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유지하면서도 증거은닉교사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도움 없이는 증거를 숨길 방법이 없었던 만큼 이를 시킨 A씨의 행위도 결국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 증거은닉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A씨 상고심에서 2심 판단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은 있으나, A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결론은 타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B씨가 부탁받았더라도 본인 판단에 따라 휴대전화를 보관·전달한 A씨가 그를 이용해 직접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대신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이 두려워 증거를 은닉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되더라도 이를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다"는 법리를 들었다. 즉, B씨 역시 스스로 형사처분을 받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A씨의 휴대전화를 숨겼더라도 이는 '자기 증거은닉'으로서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B씨의 행위는 A씨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 경우 이를 교사한 A씨에 대한 증거은닉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 중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은 있으나, A씨 행위를 증거은닉교사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결론은 타당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에서 판매할 축구용품을 자신이 사용할 물건인 것처럼 들여와 관세를 면제받은 온라인 판매업자에게 세관이 뒤늦게 세금을 부과했다. 업자는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세관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이 이미 지났다며 반발했다. 세관이 누락된 관세를 새로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을 ‘부과제척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과세관청은 세금을 더 이상 부과할 수 없다. 관세법상 부과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이다.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피하거나 면제받은 경우에는 그 기한이 10년으로 늘어난다. 결국 단순히 신고를 빠뜨린 것인지, 아니면 면세 제도를 악용해 판매용 물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한 것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전자라면 이미 과세 기한이 지났지만, 후자라면 여전히 세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영국에서 국제우편을 통해 축구용품 661점을 들여왔다. 반입 횟수는 458차례에 달했다. 판매업자는 별도의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받으며 관세 등을 면제받았다. 당시 규정상 물품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이면서 개인이 직접 사용할 ‘자가사용’ 물품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들여오는 물품은 정식 수입신고 대상이다. 가격이 낮더라도 판매용 물품은 소액면세의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없다. 세관 조사 결과 해당 물품들은 개인이 쓸 물건이 아니라 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위한 상품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2019년 11월 판매업자를 관세법 위반(밀수입) 혐의로 고발했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법원은 벌금과 추징금의 선고를 미루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2021년 2월 확정됐다. 이후 인천공항세관은 2024년 12월 13일 판매업자에게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부과했다. 마지막 수입일로부터도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판매업자는 과세 기한이 끝났다며 이의신청을 거쳐 2025년 4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짚은 핵심은 다음 네 가지다. ◇ ‘단순 무신고’ 항변 배척…“개인용 위장은 명백한 부정행위” 판매업자는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행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금을 모두 카드로 결제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택배를 직접 받기 어려워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빌렸을 뿐 세금을 피하려고 거래를 은닉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심판원은 신고 누락 자체가 아니라 면세 제도를 이용한 반입 방식에 주목했다. 판매업자는 소액 자가사용 우편물에 관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실제로는 판매용인 물품을 자신과 지인 명의로 나눠 받아 인터넷에서 판매했다. 심판원은 이를 단순한 무신고가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면제받은 행위로 판단했다. 따라서 적용되는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 아닌 10년이다. 마지막 수입 이후 5년이 지났더라도 10년 이내에 이뤄진 과세인 만큼, 기한이 끝났다는 이유로 세금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 과세전통지 취소 논란…“애초 대상 아니므로 절차 하자 없어” 업자는 세관이 사전 심사 기회를 없애고 세금을 부과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세관은 2024년 11월 과세전통지를 보내면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판매업자가 이에 따라 심사를 청구하자, 세관은 해당 통지를 직권 취소했고, 관세심사위원회도 심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판원은 이 처분이 법에서 정한 과세전통지 대상인지부터 살폈다. 관세법상 과세전통지는 납세자가 이미 신고한 세액을 경정하거나 부족한 세금을 징수할 때 거치는 사전 절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수입신고 자체가 없었던 물품에 대해 세관장이 관세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세액을 결정해 부과한 경우였다. 심판원은 해당 처분이 과세전통지와 적부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세관이 착오로 통지했다가 취소했더라도 과세 처분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 형사재판 확정 후 4년 만의 과세…“지연가산세 감면 근거 없어” 업자는 세관이 과세를 늦춘 기간에 불어난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형사판결은 2021년 2월 확정됐는데 세관이 3년 10개월 동안 고지를 미루다 뒤늦게 세금을 매겼고, 선고유예 후 2년이 지나 형법상 면소 간주 효력이 발생한 시점도 지났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세관청은 법정 부과제척기간 안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형사판결이 확정됐거나 선고유예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가산세를 면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해당 가산세는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반입한 뒤 관세 납부가 늦어진 기간에 따라 법률 규정에 맞춰 계산되는 금액이다. 심판원은 형사사건의 마무리와 관세 납부 지연에 따른 행정상 책임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선고유예’는 처벌 아냐…관세 무신고가산세율 40%→20% 감경 다만 세관의 처분이 전부 유지된 것은 아니다. 관세 무신고가산세율에서는 결론이 갈렸다. 관세법은 수입신고 없이 들여온 물품에 관세액의 20%를 가산세로 부과하되, 밀수출입죄로 ‘처벌받은 경우’ 등에는 40%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관은 판매업자의 밀수입 혐의가 형사재판에서 인정됐으므로 처벌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40%를 매겼다. 그러나 심판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 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의 ‘처벌’은 형의 선고를 전제로 하므로, 형의 선고를 미루는 선고유예까지 처벌에 포함해 가산세율을 높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관세액의 40%로 부과된 무신고가산세를 20%로 낮추도록 했다. 반면 부가가치세에 붙은 부정무신고가산세율 60%는 그대로 유지됐다. 부가세 무신고가산세의 세율과 적용 요건에는 국세기본법의 별도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은 해외 상대방과의 국제거래 등 역외거래에서 부정행위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 신고하지 않은 납부세액의 60%를 가산세로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심판원은 판매용 물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해 면세받은 행위를 이미 부정행위로 인정한 만큼, 부가세 무신고가산세율까지 낮출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심판원은 판매용 축구용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해 들여온 행위를 부정행위로 인정해 10년의 부과제척기간과 과세 처분을 유지했다. 다만 선고유예를 받은 납세자에게 형사 처벌을 전제로 40%의 무거운 관세 가산세율을 매긴 것은 위법하다며 이를 20%로 낮춰 세액을 다시 계산하도록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43]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적립한 포인트로 결제시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2017년 2월 7일 포인트 결제액을 공급가액에 포함시키는 시행령 개정이 있었지만, 그 근거가 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 2018년 1월 1일 이전엔 효력이 없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지난 7월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은 영등포·대구 민자역사와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역사가 영등포·북대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제휴 계약을 통해 그룹 통합 멤버십인 '엘포인트'를 적립·결제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해왔다. 롯데역사는 지난 2017년 4∼6월 고객들이 자사 영업점에서 사용한 타계열사 적립 엘포인트 4억8천만원 상당이 부가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할인분)에 해당한다며 이를 환급해달라는 경정청구를 했다. 과세당국이 경정청구를 거부하자 롯데역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구 부가가치세법은 구입 당시 일정액을 빼주는 '에누리액'(할인분)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면서도, 포인트와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한 과세 방식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그러던 중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포인트 결제액은 에누리액에 해당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시행령과 부가가치세법이 시차를 두고 개정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정부가 포인트 결제액에 대한 부가세 부과 근거를 마련하고자 2017년 4월 시행령을 먼저 마련한 뒤 그해 12월 뒤늦게 위임 근거가 되는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한 것이다. 2017년 4월 적용된 개정 시행령은 포인트 결제액을 두 가지로 분류해 달리 과세하도록 정했다. 자사가 직접 적립한 '자기 적립 마일리지'는 부가세 대상에서 제외하되, 제휴사 등 제3자가 적립해준 포인트로 결제한 매출액은 해당 금액을 제3자로부터 보전받는 경우 공급가액에 포함해 부가세 과세 대상이라고 봤다. 이번 소송의 쟁점도 시행령과 상위법이 엇박자가 난 기간 시행령의 효력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개정 시행령 조항이 구 부가가치세법의 위임 범위 내에 있다며 과세당국의 과세가 적법하다고 봤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포인트의 실질이나 성질이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로써 포인트 결제액에 과세하는 것은 에누리액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모법에 반한다고 판단, 영등포세무서는 약 1825만원, 북대구세무는 약 2421만원을 롯데역사에 환급하라 판결했다. 대법원도 지난 7월 전원합의체 판례와 같은 취지에서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입법적 결단에 기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령만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한 시행령 조항은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행정 입법으로 과세요건을 확대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돼 무효라는 기존 법리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포인트 결제액이 부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 정당하고, 시행령 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고 판시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다른 검사가 추가 수사한 뒤 기소하더라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 위반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8월 13일 전직 교수 A 씨 등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2026도1670). 사실관계를 보면 C대학교 미술대학원 원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2019년 강의를 수강한 대학원생 B 씨로부터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2022년 7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A 검찰수사관은 B 검사의 지휘를 받아 같은 해 8월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C 검사의 지휘를 거쳐 2024년 2월 D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했다. D 검사는 추가 수사한 뒤 같은 해 8월 이들을 기소했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차씨와 김씨 측은 이 사건 수사는 D 검사가 개시한 것이며, 검찰청법을 위반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은 사법경찰관(검찰수사관)이 송치한 사건이고, D 검사는 이를 송치받아 보완수사를 한 후 공소 제기한 것"이라면서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D 검사"라며 위법하다고 봤다. 이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하는 검찰청 직원은 독립된 수사 주체가 아니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검사의 수사 보조자에 불과하다"며 "사건을 '송치'할 수 있는 독립적인 지위에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반대로 D 검사의 공소제기가 적법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의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면서 "검찰수사관이 어떤 범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찰수사관의 수사개시가 아닌 '검사 자신의 수사 개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사건 범죄는 수사를 개시한 검사와 사건을 송치받아 추가로 수사를 하고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다르기 때문에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본문의 ‘검사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지방 공무원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E 검사 지휘를 받는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했고, E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기소했으므로 검찰청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수사관의 역할이 사법경찰관과 비슷하다는 논리였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수사는 E 검사가 개시했다면서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짚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00억원대 무차입 공매도로 16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금융당국의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지만 행정법원이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담보로 제공된 주식이라도 계약에 따라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으며, 주식을 빌려주고 돌려받기 전에 매도한 경우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공현진 부장판사)는 UBS(옛 크레디트스위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UBS가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의 무차입 공매도 행위에서 비롯됐다. 증선위는 2024년 7월 크레디트스위스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603억3천만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169억4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약 271억원으로, 2021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UBS는 문제의 주식이 일반적인 차입 주식과 다르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국내 증권사에 제공한 주식은 대여 목적이 아니라 담보로 맡긴 것이어서 소유권은 여전히 크레디트스위스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주식을 매도했더라도 결제 전 중도 상환 요청인 '리콜'을 통해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만큼 무차입 상태에서 매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폈지만 재판부는 두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이라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이 크레디트스위스에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담보 설정이라는 거래 목적과 실제 소유권의 귀속은 별개의 문제이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법적 형식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국내 증권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해당 주식을 돌려받기 전에 매도한 만큼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리콜을 통해 결제 시점 전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도 상환 요청을 하더라도 결제일까지 실제 주식이 반환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당초 해당 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338억9000여만원으로 산정됐지만, 문제가 된 공매도가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의 합병 전에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50% 감경된 사실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169억4000여만원의 과징금이 위법행위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이 '영화관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9월 3일 시각·청각장애인 A 씨 등 4명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 상고심(2022다203507)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사실관계를 보면 시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은 2016년 피고들이 영화를 상영하면서 화면 해설과 자막, 수신기기와 서버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피고들이 화면 해설, 자막과 이를 재생할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1심은 피고들이 상영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화면 해설, 자막, FM 보청기기와 영화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하라고 했다. 항소심은 역시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이들을 위한 편의제공 범위는 축소했다. 지난 2021년 11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의무를 300석 이상 상영관에서 총 상영 횟수의 3%로 제한했다. 그 이상은 피고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고 접수 약 5년, 1심 소송 제기 약 10년 만에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자막, 그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이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것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은 비장애인에게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단은 없는지를 살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경제상 자유 등을 보장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고는 사상 처음으로 원고들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Easy-Read) 판결서를 일반 판결문과 함께 제공했으며, 청각장애인 및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통역도 지원됐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계좌에 들어온 돈이라도 실제 도박 당첨금인지 확인되지 않은 금액까지 모두 기타소득으로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국세청 판단이 나왔다. 다만 도박으로 얻은 당첨금 자체는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필요경비 역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당첨된 게임에 실제 투입한 금액만 인정된다고 봤다. 국세청의 최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에 따르면 국세청은 납세자 A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쟁점은 A씨 명의 계좌에 입금된 9억3910만원을 모두 불법 도박에 따른 기타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와 도박에 투입한 베팅금을 어느 범위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과세당국은 A씨가 근무하던 부산 소재 호텔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고객들이 A씨 명의 계좌로 숙박비를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A씨 계좌에 들어온 금액 가운데 9억3910만5744원이 불법 도박과 관련된 입금액으로 파악됐다. 과세당국은 해당 금액 전부를 사행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 이익으로 보고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2026년 2월 A씨에게 가산세 2억3701만원을 포함한 2019년 귀속 종합소득세 5억9534만원을 과세하겠다고 예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A씨 측은 계좌 입금액 전부를 실제 도박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박사이트에서 환급받은 돈을 다시 계좌에 넣고 사이트에 충전해 재차 베팅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반복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계좌의 총입금액은 실제 경제적 이익이 아닌 단순 자금회전 규모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 A씨 계좌의 2019년 총입금액과 총출금액은 각각 약 10억8100만원으로 비슷했고, 연간 잔액 증가액은 866원에 그쳤다. A씨는 자신의 다른 은행 계좌에서 이체한 돈과 ATM을 통해 직접 넣은 현금도 과세당국이 도박소득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금액은 도박사이트에 다시 충전하기 위한 자금일 수는 있지만 사이트에서 받은 당첨금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A씨는 도박에 투입한 베팅금도 필요경비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출한 일부 게임 내역에는 배당률 1.95배인 게임에 129차례에 걸쳐 총 12억9000만원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6차례, 베팅금 8억6000만원 상당이 적중했고 당첨금은 16억7700만원이었다. 반면 과세당국은 A씨 계좌에 들어온 불법 도박 관련 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도박사이트에서 환급받은 돈을 다시 베팅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도박은 별개의 거래이고, 당첨돼 환급받은 순간 재산상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필요경비 역시 과세기간 동안 투입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실제 당첨된 도박에 투입한 금액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결과 A씨 계좌에 들어온 금액 전부를 기타소득으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A씨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 자체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소득세법은 사행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가 적법한지 불법한지는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또 도박행위가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A씨가 개별 게임에서 결과를 적중해 수익을 얻었다면 그때마다 기타소득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당첨금을 다시 베팅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서 발생한 소득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A씨 계좌에 입금된 금액 가운데 A씨 본인의 다른 계좌에서 이체된 1억2059만4254원과 ATM을 통해 입금된 1억4685만5000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A씨가 이용한 도박사이트는 등록된 계좌를 통해서만 충전과 환급이 가능했고, 사이트에서 지급된 환급금 역시 등록 계좌로 직접 들어오는 구조였다. 이에 국세청은 다른 본인 명의 계좌에서 옮긴 돈이나 ATM으로 직접 입금한 현금은 도박을 위한 베팅 재원이 될 수는 있어도 도박사이트에서 지급한 환급금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두 금액을 합한 2억6744만9254원은 기타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이 당초 도박 관련 입금액으로 본 9억3910만5744원 가운데 기타소득으로 남는 금액은 6억7165만6490원이 됐다. 그러나 A씨가 주장한 전체 베팅금의 필요경비 인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세청은 도박 관련 기타소득에서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은 당첨되지 않은 게임까지 포함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실제 결과를 적중해 수익을 얻은 게임에 투입된 베팅금으로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제출한 자료상 당첨금은 16억7700만원, 해당 당첨금을 얻기 위해 적중한 게임에 투입한 베팅금은 8억6000만원이었다. 이를 뺀 금액은 8억1700만원으로, 타계좌·ATM 입금액을 제외한 기타소득 6억7165만원보다도 많았다. 이에 국세청은 추가로 베팅금을 필요경비에 반영해 소득금액을 더 낮춰야 한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산세를 감면해 달라는 주장도 기각됐다. A씨는 도박 수익에 종합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 조세포탈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세법을 알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한 것은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국세청은 당초 과세예고한 종합소득세 5억9534만원에 대해 A씨의 타계좌 입금액과 ATM 입금액을 기타소득에서 제외한 뒤 과세표준과 세액을 다시 산정하도록 일부채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불법 도박과 관련된 계좌라고 하더라도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일률적으로 당첨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금의 입금 경로와 도박사이트의 충전 및 환급 구조 등을 확인해 실제 도박으로 얻은 재산상 이익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불법 도박에서 발생한 수익 자체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개별 도박에서 당첨돼 얻은 수익은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당첨금을 다시 베팅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소득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손실을 본 게임까지 포함해 전체 베팅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도 아니다. 실제 당첨된 게임에서 그 당첨금을 얻기 위해 투입한 베팅금만 필요경비로 인정된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서 재확인됐다. [참고 심사례: 적부-국세청-2026-008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깻잎은 일반적으로 장아찌라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에 물엿과 고춧가루, 마늘, 액젓 등을 넣어 버무린 양념깻잎도 같은 장아찌일까. 식탁에서는 익숙한 밑반찬이지만, 수입할 때는 장아찌인지 조미식품인지에 따라 부가가치세 부담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식품 수입업체는 2019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해외 공급업체로부터 양념깻잎, 무말랭이무침, 양념고들빼기, 양념마늘쫑지, 양념고춧잎 등 밑반찬 5종을 총 38건에 걸쳐 수입했다. 업체는 이들 물품이 부가가치세법상 미가공식료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부가세 면세로 신고했다. 하지만 군산세관이 2024년 5월 29일 쟁점 물품을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정신고를 안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업체는 같은 해 6월 부가세를 수정신고·납부한 뒤,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쟁점 물품은 면세 대상인 장아찌”라며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세관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는 같은 해 7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부가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의 수입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건조·냉동·염장 등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식료품도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시행규칙 역시 장아찌를 김치, 단무지, 젓갈류, 게장 등과 함께 면세 대상인 단순가공식료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절이거나 말린 채소에 여러 양념을 더한 제품을 어디까지 세법상 장아찌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양측의 주장은 세 가지 지점에서 맞섰다. ◇ 첫 번째 쟁점: 식품공전상 ‘절임식품’이면 면세 장아찌인가 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공전 해설서를 내세웠다. 해설서에는 깻잎을 식염이나 장류에 절인 뒤 물엿과 간장, 고춧가루, 액젓 등을 섞은 양념깻잎장아찌가 ‘절임식품’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다. 관세청 중앙관세분석소도 2010년 유사한 양념깻잎을 절임류 중 장아찌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세관의 시각은 달랐다. 세관은 일반적인 장아찌가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 등에 절여 숙성한 저장식품이라고 맞섰다. 오래 저장한 장아찌를 꺼내 양념에 무쳐 먹기도 하지만, 이는 장아찌가 완성된 이후의 조리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면세 대상은 단순히 절인 식품에 한정되고, 양념을 혼합했다면 추가 가공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 두 번째 쟁점: 단순 절임인가, 양념 더한 조미식품인가 제출된 성분표에 따르면 양념깻잎에는 염장깻잎 70%와 간장 6.03%, 물엿 5% 외에 고춧가루·마늘·액젓·새우젓·조미료 등이 들어갔다. 무말랭이무침도 무말랭이 64%에 물엿 10%, 고춧가루 5.9%와 액젓·설탕·간장·참깨 등을 섞었다. 나머지 3종도 염장·절임 원료에 품목별로 고춧가루와 물엿, 액젓 등을 더했다. 업체는 시행규칙 어디에도 ‘양념한 장아찌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치와 젓갈류, 게장도 여러 양념을 넣지만 면세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세관은 이들 물품이 보존을 위해 소금이나 간장 등에 단순히 절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맛과 풍미를 내기 위해 고춧가루, 물엿, 액젓 등 복합적인 양념을 버무렸다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추가 가공을 거친 ‘조미식품’이라는 지적이다. ◇ 세 번째 쟁점: 기재부 안내와 엇갈린 1심 판결 업체는 기획재정부가 2022년 내놓은 안내자료(단순절임 장아찌는 면세, 양념 혼합 조미식품은 과세)는 법규가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면세 범위를 좁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이 2025년 7월 별도 사건의 1심에서 유사한 양념깻잎 등에 대한 부가세 부과를 취소한 판결도 제시했다. 장아찌를 조미나 양념하지 않은 식품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세관은 국세청이 2000년 이후 김치류나 젓갈류가 아닌 깻잎·무말랭이·더덕 등에 양념을 섞은 경우 과세 대상으로 일관되게 해석해 왔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단순히 절인 장아찌는 면세, 양념을 혼합한 무말랭이무침 등은 과세 대상으로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 조세심판원 “단순절임 아닌 조미식품”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가 정당하다고 보고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일반적으로 장아찌가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 등에 절여 숙성한 저장식품이라는 점, 쟁점 물품에는 절인 깻잎 등에 물엿·마늘·고춧가루·새우젓·조미료 등 여러 양념이 혼합된 점에 주목했다. 국세청이 2000년 이후 김치류·젓갈류를 제외한 더덕·콩·멸치·깻잎 등 식료품에 양념을 섞은 경우 과세 대상으로 일관되게 해석해 왔고, 기획재정부도 단순절임식품과 조미식품을 구분해 안내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심판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쟁점 물품을 면세 대상인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70]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모에게 땅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먼저 상속 당시 그 땅의 가치가 얼마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다면 주변 거래가격을 참고할 수 있지만, 거래가 드문 토지는 정확한 시장가격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세당국이 상속이 이뤄진 뒤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과거 상속 당시의 가격을 다시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대법원이 과세당국의 이른바 ‘사후 감정’을 둘러싼 유사 사건 두 건을 같은 날 판단했다. 국세청 분류상 한 사건은 ‘국패’, 다른 사건은 ‘일부국패’로 결과가 엇갈렸다. 국패로 분류된 대법원 2024두55402 사건(A사건)과 일부국패로 분류된 2024두61292 사건(B사건)이다. 두 판결의 결론을 가른 핵심은 ‘사후 감정’ 자체가 아니었다. 뒤늦게 감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가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감정가액이 실제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관건이었다. ◇ 상속 끝난 뒤 가격 매긴다고?…‘사후 감정’이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받은 재산을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당시의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서 땅을 물려받았다면 몇 년 뒤 가격이 아니라 상속이 시작된 당시 얼마짜리 땅이었는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문제는 당시 거래가 없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다. 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재산을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경우 감정가액의 평균액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말하는 ‘사후 감정’은 현재 가격으로 과거 상속세를 매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컨대 2020년에 상속받은 땅을 2021년 이후 감정하더라도 감정평가법인이 따지는 것은 “2020년 상속 당시 이 땅의 가격이 얼마였느냐”다. 감정은 나중에 하지만 가격의 기준시점은 과거인 셈이다. 통상적인 평가기간을 벗어난 감정가액도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지 등을 따져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해서 해당 감정가액이 곧바로 상속 당시 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과세당국이 상속 당시 시가를 확인하기 위해 뒤늦게 감정을 의뢰하는 것 자체는 허용된다고 봤다. 대신 상속 당시부터 실제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에 특별한 변동이 없었다는 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지의 분할·합병, 지목·형질 변경, 건축물 신축·철거, 용도지역 등 규제 변화와 지역환경 변화, 공시가격 변동폭,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A사건 ‘국패’…“감정평가서 작성 때까지 가격변동 따져야” A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여기서 ‘국패’는 국세청의 소송 결과 분류다. 대법원이 상속세 부과처분 전부를 최종 취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쟁점은 감정가격을 어느 날 기준으로 산정했느냐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서가 실제 언제 작성됐느냐였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사가 2021년에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2020년 상속 당시 이 땅은 10억원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하자. 대법원은 단순히 감정가격의 기준일이 상속개시일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당시 시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상속개시일부터 실제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특별한 변화가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심은 가격산정기준일이 상속개시일과 같다는 점 등에 무게를 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 과세당국이 이를 제대로 증명했는지를 다시 따져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결국 “나중에 감정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산정한 감정가격을 과거의 시가라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한지를 더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 B사건 ‘일부국패’…잘못된 감정가 대신 ‘정당한 시가’ 확인 B사건에서도 과세당국이 당초 사용한 감정가액은 문제가 됐다. 원심은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A사건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다른 감정가액이 확인된 것이다. 원심은 감정평가법인들이 법원에 회신한 두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다고 보고, 그 평균액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다시 계산했다. 가령 세무서가 상속세 1억원을 부과했는데 재판에서 인정된 감정가액으로 다시 계산한 정당한 세금이 7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세무서가 처음 사용한 감정가액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세금 1억원이 모두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7000만원은 정당한 세액으로 남고 이를 초과한 3000만원만 취소되는 구조다. B사건에서도 법원은 다시 계산한 정당세액 범위 안의 과세는 적법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이 사건을 ‘일부국패’로 분류했다. ◇ 같은 법리, 다른 결과…승패 가른 것은 ‘상속 당시 시가’ 두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원칙은 같다. 과세당국이 상속 이후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감정가액이 곧바로 상속 당시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해당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A사건은 상속 당시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에 대한 심리가 부족해 다시 재판하게 됐다. 반면 B사건은 과세당국이 당초 적용한 감정가액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상속 당시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다른 감정가액이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정당세액을 다시 계산해 초과 부분만 취소했다. 결국 비슷한 쟁점을 다룬 두 사건의 결과를 가른 것은 ‘사후 감정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상속 당시 시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했느냐’였다. [참고 : 대법원-2024-두-55402, 대법원-2024-두-61292]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