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절이면 면세, 버무리면 과세?…‘양념 밑반찬’ 부가세 분쟁

신경철 기자 | 등록2026-09-08 09:00:19

염장깻잎에 물엿·고춧가루·액젓 등 혼합 단순 가공인지 추가 가공인지 쟁점 조세심판원 “단순절임 아닌 조미식품”…면세 불인정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깻잎은 일반적으로 장아찌라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에 물엿과 고춧가루, 마늘, 액젓 등을 넣어 버무린 양념깻잎도 같은 장아찌일까. 식탁에서는 익숙한 밑반찬이지만, 수입할 때는 장아찌인지 조미식품인지에 따라 부가가치세 부담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식품 수입업체는 2019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해외 공급업체로부터 양념깻잎, 무말랭이무침, 양념고들빼기, 양념마늘쫑지, 양념고춧잎 등 밑반찬 5종을 총 38건에 걸쳐 수입했다. 업체는 이들 물품이 부가가치세법상 미가공식료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부가세 면세로 신고했다.

 

하지만 군산세관이 2024년 5월 29일 쟁점 물품을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정신고를 안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업체는 같은 해 6월 부가세를 수정신고·납부한 뒤,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쟁점 물품은 면세 대상인 장아찌”라며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세관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는 같은 해 7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부가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의 수입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건조·냉동·염장 등 원생산물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식료품도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시행규칙 역시 장아찌를 김치, 단무지, 젓갈류, 게장 등과 함께 면세 대상인 단순가공식료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절이거나 말린 채소에 여러 양념을 더한 제품을 어디까지 세법상 장아찌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양측의 주장은 세 가지 지점에서 맞섰다.

 

◇ 첫 번째 쟁점: 식품공전상 ‘절임식품’이면 면세 장아찌인가

 

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공전 해설서를 내세웠다. 해설서에는 깻잎을 식염이나 장류에 절인 뒤 물엿과 간장, 고춧가루, 액젓 등을 섞은 양념깻잎장아찌가 ‘절임식품’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다. 관세청 중앙관세분석소도 2010년 유사한 양념깻잎을 절임류 중 장아찌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세관의 시각은 달랐다. 세관은 일반적인 장아찌가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 등에 절여 숙성한 저장식품이라고 맞섰다. 오래 저장한 장아찌를 꺼내 양념에 무쳐 먹기도 하지만, 이는 장아찌가 완성된 이후의 조리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면세 대상은 단순히 절인 식품에 한정되고, 양념을 혼합했다면 추가 가공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 두 번째 쟁점: 단순 절임인가, 양념 더한 조미식품인가

 

제출된 성분표에 따르면 양념깻잎에는 염장깻잎 70%와 간장 6.03%, 물엿 5% 외에 고춧가루·마늘·액젓·새우젓·조미료 등이 들어갔다. 무말랭이무침도 무말랭이 64%에 물엿 10%, 고춧가루 5.9%와 액젓·설탕·간장·참깨 등을 섞었다. 나머지 3종도 염장·절임 원료에 품목별로 고춧가루와 물엿, 액젓 등을 더했다.

 

업체는 시행규칙 어디에도 ‘양념한 장아찌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치와 젓갈류, 게장도 여러 양념을 넣지만 면세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세관은 이들 물품이 보존을 위해 소금이나 간장 등에 단순히 절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맛과 풍미를 내기 위해 고춧가루, 물엿, 액젓 등 복합적인 양념을 버무렸다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추가 가공을 거친 ‘조미식품’이라는 지적이다.

 

◇ 세 번째 쟁점: 기재부 안내와 엇갈린 1심 판결

 

업체는 기획재정부가 2022년 내놓은 안내자료(단순절임 장아찌는 면세, 양념 혼합 조미식품은 과세)는 법규가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면세 범위를 좁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이 2025년 7월 별도 사건의 1심에서 유사한 양념깻잎 등에 대한 부가세 부과를 취소한 판결도 제시했다. 장아찌를 조미나 양념하지 않은 식품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세관은 국세청이 2000년 이후 김치류나 젓갈류가 아닌 깻잎·무말랭이·더덕 등에 양념을 섞은 경우 과세 대상으로 일관되게 해석해 왔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단순히 절인 장아찌는 면세, 양념을 혼합한 무말랭이무침 등은 과세 대상으로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 조세심판원 “단순절임 아닌 조미식품”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가 정당하다고 보고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일반적으로 장아찌가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 등에 절여 숙성한 저장식품이라는 점, 쟁점 물품에는 절인 깻잎 등에 물엿·마늘·고춧가루·새우젓·조미료 등 여러 양념이 혼합된 점에 주목했다.

 

국세청이 2000년 이후 김치류·젓갈류를 제외한 더덕·콩·멸치·깻잎 등 식료품에 양념을 섞은 경우 과세 대상으로 일관되게 해석해 왔고, 기획재정부도 단순절임식품과 조미식품을 구분해 안내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심판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쟁점 물품을 면세 대상인 미가공식료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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