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에서 판매할 축구용품을 자신이 사용할 물건인 것처럼 들여와 관세를 면제받은 온라인 판매업자에게 세관이 뒤늦게 세금을 부과했다. 업자는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세관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이 이미 지났다며 반발했다.
세관이 누락된 관세를 새로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을 ‘부과제척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과세관청은 세금을 더 이상 부과할 수 없다. 관세법상 부과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이다.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피하거나 면제받은 경우에는 그 기한이 10년으로 늘어난다.
결국 단순히 신고를 빠뜨린 것인지, 아니면 면세 제도를 악용해 판매용 물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한 것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전자라면 이미 과세 기한이 지났지만, 후자라면 여전히 세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영국에서 국제우편을 통해 축구용품 661점을 들여왔다. 반입 횟수는 458차례에 달했다. 판매업자는 별도의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받으며 관세 등을 면제받았다.
당시 규정상 물품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이면서 개인이 직접 사용할 ‘자가사용’ 물품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들여오는 물품은 정식 수입신고 대상이다. 가격이 낮더라도 판매용 물품은 소액면세의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없다.
세관 조사 결과 해당 물품들은 개인이 쓸 물건이 아니라 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위한 상품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2019년 11월 판매업자를 관세법 위반(밀수입) 혐의로 고발했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법원은 벌금과 추징금의 선고를 미루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2021년 2월 확정됐다.
이후 인천공항세관은 2024년 12월 13일 판매업자에게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부과했다. 마지막 수입일로부터도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판매업자는 과세 기한이 끝났다며 이의신청을 거쳐 2025년 4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짚은 핵심은 다음 네 가지다.
◇ ‘단순 무신고’ 항변 배척…“개인용 위장은 명백한 부정행위”
판매업자는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행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금을 모두 카드로 결제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택배를 직접 받기 어려워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빌렸을 뿐 세금을 피하려고 거래를 은닉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심판원은 신고 누락 자체가 아니라 면세 제도를 이용한 반입 방식에 주목했다. 판매업자는 소액 자가사용 우편물에 관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실제로는 판매용인 물품을 자신과 지인 명의로 나눠 받아 인터넷에서 판매했다.
심판원은 이를 단순한 무신고가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면제받은 행위로 판단했다. 따라서 적용되는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 아닌 10년이다. 마지막 수입 이후 5년이 지났더라도 10년 이내에 이뤄진 과세인 만큼, 기한이 끝났다는 이유로 세금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 과세전통지 취소 논란…“애초 대상 아니므로 절차 하자 없어”
업자는 세관이 사전 심사 기회를 없애고 세금을 부과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세관은 2024년 11월 과세전통지를 보내면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판매업자가 이에 따라 심사를 청구하자, 세관은 해당 통지를 직권 취소했고, 관세심사위원회도 심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판원은 이 처분이 법에서 정한 과세전통지 대상인지부터 살폈다. 관세법상 과세전통지는 납세자가 이미 신고한 세액을 경정하거나 부족한 세금을 징수할 때 거치는 사전 절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수입신고 자체가 없었던 물품에 대해 세관장이 관세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세액을 결정해 부과한 경우였다. 심판원은 해당 처분이 과세전통지와 적부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세관이 착오로 통지했다가 취소했더라도 과세 처분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 형사재판 확정 후 4년 만의 과세…“지연가산세 감면 근거 없어”
업자는 세관이 과세를 늦춘 기간에 불어난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형사판결은 2021년 2월 확정됐는데 세관이 3년 10개월 동안 고지를 미루다 뒤늦게 세금을 매겼고, 선고유예 후 2년이 지나 형법상 면소 간주 효력이 발생한 시점도 지났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세관청은 법정 부과제척기간 안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형사판결이 확정됐거나 선고유예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가산세를 면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해당 가산세는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반입한 뒤 관세 납부가 늦어진 기간에 따라 법률 규정에 맞춰 계산되는 금액이다. 심판원은 형사사건의 마무리와 관세 납부 지연에 따른 행정상 책임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선고유예’는 처벌 아냐…관세 무신고가산세율 40%→20% 감경
다만 세관의 처분이 전부 유지된 것은 아니다. 관세 무신고가산세율에서는 결론이 갈렸다.
관세법은 수입신고 없이 들여온 물품에 관세액의 20%를 가산세로 부과하되, 밀수출입죄로 ‘처벌받은 경우’ 등에는 40%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관은 판매업자의 밀수입 혐의가 형사재판에서 인정됐으므로 처벌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40%를 매겼다.
그러나 심판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 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의 ‘처벌’은 형의 선고를 전제로 하므로, 형의 선고를 미루는 선고유예까지 처벌에 포함해 가산세율을 높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관세액의 40%로 부과된 무신고가산세를 20%로 낮추도록 했다.
반면 부가가치세에 붙은 부정무신고가산세율 60%는 그대로 유지됐다. 부가세 무신고가산세의 세율과 적용 요건에는 국세기본법의 별도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은 해외 상대방과의 국제거래 등 역외거래에서 부정행위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 신고하지 않은 납부세액의 60%를 가산세로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심판원은 판매용 물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해 면세받은 행위를 이미 부정행위로 인정한 만큼, 부가세 무신고가산세율까지 낮출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심판원은 판매용 축구용품을 개인용으로 위장해 들여온 행위를 부정행위로 인정해 10년의 부과제척기간과 과세 처분을 유지했다. 다만 선고유예를 받은 납세자에게 형사 처벌을 전제로 40%의 무거운 관세 가산세율을 매긴 것은 위법하다며 이를 20%로 낮춰 세액을 다시 계산하도록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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