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헌재 “자식 없이 사망한 장남, 아내가 재산 상속한 옛 관습법 합헌”

송기현 기자 | 등록2026-09-23 08:00:00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과거에 호주가 아닌 기혼 장남이 자녀나 손자녀 없이 숨졌을 때, 아내가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도록 정한 옛 관습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2026년 9월 17일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전 민법 시행 전의 관습법 중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6(합헌)대 3(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2헌바120). 재판관 3명은 해당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은 1919년 사망한 사람의 재산상속에 적용되는 옛 관습법에 관한 판단이다. 해당 관습법은 민법 제정·시행으로 이미 폐지됐다.

 

사건은 1919년 5월 사망한 A씨의 재산상속 문제에서 비롯했다. A씨는 사망 당시 기혼자였으나 자녀를 두지 않았고, 부친도 이미 3년여 전 세상을 떠나 장남 A씨의 조부가 호주 지위에 있었다.

 

당시 일제가 작성한 땅문서의 일종인 임야조사부에는 경기도 아동면 소재 임야 주인이 장남 A씨로 기재돼 있었다. 현재 경기 파주시에 있는 3707㎡ 넓이 땅이다. 이 토지는 해방 이후 1980년대에 토지대장이 만들어지며 주소가 새로 부여됐고, 1983년 국가 소유로 등기됐다.

 

망 A씨의 동생인 망 B씨의 후손들은 국가가 1983년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이 토지가 원래 A씨의 토지였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토지가 A씨 사망 후 할아버지와 B씨를 거쳐 자신들에게 토지가 상속됐다며 국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했다.

 

1심은 “당시 관습법에 따라 A씨의 재산은 A씨의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한다”며 후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의 후손들에게 상속을 근거로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할 권원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와 상고도 모두 기각됐다.

 

B씨의 후손들은 상고심에서 해당 관습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각하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전의 쟁점은 법률의 형태로 제정되지 않은 관습법도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는 지, 아내에게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보다 우선해 단독상속을 인정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다"며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헌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당시 상속 관습은 호주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재산을 승계하는 경우와 호주가 아닌 가족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를 구분했다"면서 "호주가 아닌 장남의 재산을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체계에 부합한다"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내는 혼인을 통해 남편과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부양·협력하며 재산을 형성해온 사람으로, 여성의 독립적인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매우 어려웠던 당시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성도 컸다. 이를 고려하면 아내를 직계존속보다 상속순위에서 앞세운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 "부모·조부모에 대한 공경과 부양이 중요한 윤리적 가치라고 해서, 이들에게 배우자보다 우선하거나 적어도 같은 상속순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가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폐지된 관습법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부인하면 이를 전제로 형성된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혀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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